사이트 내 전체검색

한국일보 [단독] 이춘재 모친 "죽고 싶은 생각, 이웃 볼 낯 없어.. 세월 지나 얘기하는 건 잔인"

웹지기     입력 19.09.24 10:24


[용의자 이춘재 어머니 단독 인터뷰]

“몽타주 담긴 수배전단 처음 봐… 경찰들 수사 위해 집에 온 적 없어

큰 아이와 몽타주 얼굴 비슷… 범죄 사실이라면 법대로 처벌 받아야”

feedec66007b553881283f684ed185ed_1569288253_1678.jpg 

화성연쇄살인 7차 사건 당시 경찰이 배포했던 용의자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 우리 큰 애(이춘재)와 비슷하고 많이 닮은 것 같은데.”

23일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곳곳에 뿌려진 용의자 몽타주를 보여주자 이춘재(56)의 어머니 김모(75)씨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경기 화성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씨는 본보 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들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충격 속에서도 “착한 우리 애가 그랬을 리 없다”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용의자 몽타주를 보여주자 범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큰애 아니야?”라고 하더니 “아들과 많이 닮은 것 같으냐”고 되묻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몽타주는 화성연쇄살인 7차 사건(1987년 9월 7일) 이후 경찰이 버스운전사 등 목격자를 조사해 만든 것이다. 당시 화성지역은 물론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배포됐다. 하지만 몽타주가 담긴 수배전단은 이번에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몽타주가) 만들어진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다른 데는 몰라도) 당시 우리 마을에 이런 전단 같은 건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 아무도 못 봤는데, 만약 누군가 봤으면 우리 집으로 달려와 따지고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경찰들이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에서 오래 살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 했던 그 당시 분위기도 세세하게 기억했다. 김씨는 마을사람들 서넛만 모이면 화성살인사건을 얘기했어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또한 ‘내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오거나 말거나 무사태평이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경찰이 연쇄살인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적도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동네 경찰들이 마을에 쫙 깔리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아주 그냥 살다시피 했었다”며 “하지만 전단을 들고 우리 집에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나는 물론이고 이웃들 역시 ‘설마 우리 마을에 범인이 있을까’ 하는 상상조차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였기에 아들이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말조차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에 갑자기 기자들이 찾아와 아들이 범인으로 지목됐는데 아느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며 “부모를 먼저 배려하는 착한 아들이었기에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에게 이춘재는 여전히 착한 아들이었다. 아들의 학창시절 얘기를 하던 그는 “착한 아들, 순한 아이라 그런 일을 벌일 아이가 아니다”며 “정말 그랬다면 내가 낌새를 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기 화성시 진안동의 이춘재씨 집터는 레미콘 공장 울타리에 막혀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화성=손성원 기자

김씨는 화성연쇄살인이 다시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처제 사건이라면 몰라도 그 당시에 있었던 거 여태 가지고 있다가 왜 끄집어 내느냐”면서 “꿈에서 헤매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다가온 현실 앞에서 아들을 감싸고 싶어하는 김씨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지금 세월이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에 와서 얘기하는 건 너무 잔인한 것 같다”면서도 나도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고 동네 사람들 볼 낯이 없다”고 했다. 아들에 대해서도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는다”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숙였다.

화성=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mailto:huni@hankookilbo.com)

수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javascript:void(0);)


추천0 비추천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브오른쪽상단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