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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법률가' 양승태는 그간 행적을 어떻게 설명할까?

웹지기     입력 19.01.10 13:33


"부적절하나 죄 안 돼", "사적 추구 안 했다"
사법농단으로 개발된 법률가들만의 무죄논리 이어갈지
11일 소환되는 양 전 대법원장 '입'에 주목516b3492d78282e1ddf7c364bb928b0a_1547094775_4067.jpg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자신의 집 근처 공원에서 판사 뒷조사와 재판 래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법농단 사태 이후 ‘국민 법 감정’과는 사뭇 다른 법관들의 ‘무죄 논리’는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법과 법관의 양심만으로 이뤄질 줄 알았던 재판이, 청와대가 요청하고 법원행정처가 움직이면 요동쳤던 ‘재판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관중이 피를 원한다고 판사가 따라갈 수 없다”(지난 9일 최인석 울산지법원장)며 국민은 ‘관중’일 뿐이라며 사법농단 관련 전·현직 법관들을 감싸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것이 법원의 현주소다. 전직 대법원장으론 처음 검찰 조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을 하루 앞둔 10일, 그가 그간 검찰 수사로 드러난 자신의 행적을 어떻게 설명하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죄목은 ‘직권남용’이다. 그간 수사와 관련 재판들을 살펴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박병대 전 대법관 등 이 사건 주요 피의자들과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별건 재판을 진행한 현직 법관들이 서로 주고 받으며 ‘무죄 논리’를 개발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부적절하지만 죄는 안 된다”는 논리가 무죄 논리의 ‘버전①’이다. 지난해 10월27일 구속된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 및 영장 심문 단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기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직접 재판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선 “행정처 차장은 판결에 영향을 끼칠 직무상 권한(직권)이 없다”는 논리로, 심의관들에게 법관 사찰 등의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의 일환으로 남용이 아니다”고 방어했다.

이 논리는 이에 앞선 이명박 전 대통령 선고(같은달 5일) 때도 제시됐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지원하고 차명재산 상속세 절감 방안을 공무원들에게 검토하도록 지시한데 대해 정계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은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될 수는 있으나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버전②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아 죄가 안 된다”는 논리다. 지난해 11월19일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고 강조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개입 및 법관사찰 혐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한 일은 사법부를 위한 일이라 범의(범죄의도)가 없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 논리는 지난 3일 국가정보원 민간인 사찰 재판에서 직권남용 무죄 논리로 쓰였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선고에서 김연학 형사합의31부 재판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사찰 혐의에 대해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직거래’했다며 “사적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규정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국정원 공식라인을 통해 이뤄진 혐의 대부분에 대해선 “범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죄가 법관들을 정조준하자, 기존 판례에도 없는 ‘사익 추구’라는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사찰로 얼룩진 역사 때문에 ‘국내보안 정보 수집’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한 국정원법 제정 취지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양 전 대법원장이 쓰게 될 ‘버전③’은 무엇일까. 그간 버전①, ②를 답습하고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 ‘법리논쟁’을 ‘법리전쟁’으로 확산시킬지, 아니면 사죄와 반성으로 새로운 버전③을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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