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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文, 이례적 남북회담 先제안..北, 특사 수용 거부했나

웹지기     입력 19.04.16 09:24


1차, 3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대북 특사단 파견 사실 먼저 공개
특사단 방북 성과로 정상회담 일정 확정·발표하던 패턴과 달라
"민족이익 옹호 당사자 돼야"..김정은 南 공개 비판에 관계 '냉랭'
靑 "대북특사 파견, 우리 뜻대로 안돼..당장 이뤄질 문제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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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2019.04.1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단 파견 카드를 건너뛰고 곧바로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선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호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후 나흘 만에 같은 의사를 재확인 한 것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거듭 밝힌 것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궤도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평소 인식과 무관치 않다. 한미→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통해 좌초 위기에 놓였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지난해 전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러한 남북 정상회담의 공개적 제안은 앞서 열렸던 4·27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과 9·19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과정과는 접근법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5·26 판문점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하곤 1·3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대북 특사단 파견 사실을 먼저 공개하고 특사단의 방북 성과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발표 해왔다.

지난해 4·27 판문점 첫 남북 정상회담 때는 그에 한 달 앞선 3월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대북 특사단 파견 의사를 먼저 밝혔다. 이후 나흘 뒤인 3월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5명의 대북 특사단 파견이 이뤄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특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1박2일의 방북 일정 동안 김 위원장을 접견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당시 1차 대북 특사단은 이튿날인 3월6일 복귀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확정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남측 예술단·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방문 초청 등 북측과 합의한 사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이끌어 낸 지난해 9월5일 2차 대북특사 파견 때도 먼저 파견 사실을 공개한 뒤 합의 성과로 ▲9·19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 확정 ▲정상회담 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 2가지 사안을 발표했다. 2차 파견 때는 5일 전인 8월31일 북측에 전통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특사단 파견 희망 의사를 전했고, 북측이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15. photo1006@newsis.com


특히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 발언을 통해 대북특사단 파견 여부에 대한 언급 가능성을 시사하고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대북특사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이슈를 포함해 대통령의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위관계자의 이러한 답변 직후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면서 청와대 내부 메시지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앞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선(先) 특사 파견 공개, 후(後) 정상회담 추진'이라는 패턴과 달리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 추진 의사부터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맞물려 남북 간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 됐다.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특사단 파견과 관련한 남북 간 물밑 접촉에 응하지 않으면서 고육지책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공개 메시지를 보낼 수 밖에 없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오지랖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 할 말은 하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진지하고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발신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15. photo1006@newsis.com

김 위원장의 이러한 연설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을 외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인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선언에서 여러가지 경협 사업에 합의하고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미국의 허락을 받으려 한다든지, 미국 눈치를 본다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줏대 있게 나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10%밖에 안되는 북한은 외국을 상대로 도발적인 얘기를 해도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남측) 자존심을 자극하면 뭐가 되지 않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생각은 북한의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남측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상황 속에서 북측이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단 파견 희망 의사를 쉽사리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특사단 파견 여부는 상대가 걸린 문제라 우리 바람대로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측의 반응으로 봤을 때 당장 이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의 소통 방법은 남북 간 실무자급 접촉부터 특사단 파견까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그 중에서 어느 것이 효과적일지 다각도로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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